[정치시평] 정치개혁 논의, 지금부터 시작해야 

출처 : 내일신문 칼럼
2010-12-06 오후 1:07:13 게재

박명호 동국대 교수 정치외교학
 
여야가 곧 단체·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는 것을 물론 중앙당 후원회 부활, 그리고 기부내역 공개시 형사상 면책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야합의로 진행되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도 매우 높다. '청목회 사건'을 계기로 기존 정치자금 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고 정치권이 발빠르게 대처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번 사안은 '정치권의 제 잇속 챙기기'의 전형이다. 현재 추진중인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이번주에 처리되면 '15일이 지나야 상정할 수 있다'는 국회법을 어겨가며 의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국회법은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위원회의 의결이 있는 경우 15일 이내에도 상임위에 상정하여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동이익 수호와 확장에 혈안이 된 정치권
 
하지만 정치자금법 개정이 그렇게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긴급현안'은 아니다. 정치자금법 개정 이외에도 긴급한 국가적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가 안보태세 점검과 외교안보라인의 재정비, 예산안 처리 등 대한민국엔 긴급하고도 불가피한 문제들이 너무 많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자신들의 공동이익을 수호하고 확장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오히려 이런 문제에까지 국민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틈을 이용하는 듯하다.
 
정치개혁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한 상황에서 차분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집단이기주의의 차원에서' 졸속처리하면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우리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8개월 간격으로 치르게 된다. 따라서 내년 한해가 정치개혁 논의의 적기다. 정치개혁을 위해 논의해야 할 사안은 많다. 정치자금문제 뿐만 아니라 '후보와 정당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보장' 그리고 '정당의 기초조직 정상화' 등이 대표적 사안이다.
 
이 중 정당의 기초조직 정상화는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당의 기초조직은 현재 당원협의회 또는 지역위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과거 지구당으로 불리던 조직을 말한다. 이는 정당의 최말단 기초조직으로서 주민 의사수렴, 당원확보, 지역 정치활동 거점 등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지구당은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로서의 민주적 운영과도 거리가 멀었다. 따라서 지구당은 2004년 정치개혁 차원에서 폐지되었다.
 
그러나 지구당과 같은 정당 기초조직의 폐지는 원칙적으로도 맞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못한 조치였다. 폐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다. 운영과정을 어떻게 민주화, 개방화 그리고 투명화하느냐가 중요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정당의 기초조직 운영과 관련하여 몇 가지 원칙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정당의 기초조직은 당원과 유권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국민참여개방형 조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종 공직후보자 추천권이 상향식으로 이루어지는 민의수렴형 조직을 지향해야 한다.
 
정당 기초조직, 국민참여개방형이어야
 
둘째, 저비용 고효율의 운용원칙에 따라 경량화 된 정당구조를 지향해야 한다. 이는 정당의 기초조직이 선거 때와 선거가 없을 때의 운영방식이 서로 달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정당의 기초조직이 평소에는 '문화활동의 중심지이자 생활정치의 중심'으로서 기능하되, 선거가 있을 때는 '지역정치 활동의 거점이자 각종 공직후보 추천기구'로서 기능한다는 것을 말한다.
 
셋째,정당의 기초조직은 자율적 운영을 위해 재정적 독립성과 투명성을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정당의 기초조직은 네트워크형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기능할 수 있으며 나아가 정당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