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명호] 이젠 대선승부다
[시론] 이젠 대선승부다<세계일보> - 입력 2012.04.12 20:44:29, 수정 2012.04.12 20:44:29
이번 총선 마음가짐에서 승패 갈려
민심등진 오만과 안이함 필패 불러 - 4월 11일 총선은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 완승과 야권연대의 참패’로 끝났다. 의외다. 정반대의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한때 단독 과반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민주당·통합진보당의 ‘전국적이며 포괄적인 야권연대’는 반(反) 새누리 연합의 의회 장악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무엇이 ‘새누리 완승, 민주 참패’의 결과를 가져왔을까.
 | |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
우선 유권자들은 ‘과거심판’보다 ‘미래선택’을 더 많이 선택했다. 대선 앞 총선이었기 때문이다. 심판과 미래 모두 의미 있지만 굳이 따지면 미래지향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래지향적 판단의 대상은 바로 ‘박근혜 대망론’이었다. 박 비상대책위원장의 ‘쇄신과 탈(脫)MB’ 행보도 정권심판론을 퇴색시키기에 충분했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유일무이한 대권주자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는 대권주자가 여럿이지만 확실한 사람이 없다. 결국 이번 총선은 대선 전초전이었다. 따라서 마지막 승부는 대선에서 가려지게 된다.
민간인 사찰과 김용민 막말 파문의 효과는 상쇄된 측면이 있다. 양 진영의 지지층을 동원하고 응집시키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 막말’ 파문은 보수층의 결집을 더욱 촉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충청과 강원에서도 새누리당이 승리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선전한 것도 ‘김 요인’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어려웠던 선거였다’는 2004년 탄핵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16석을 얻었다. 그때보다 더 어렵다던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서울에서 2004년과 비슷한 성적을 냈다. 인천과 경기에서도 새누리당은 야권과 대등한 접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의 단독과반 완승이 가능한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자신의 지역에 대한 강력한 장악력을 보여주었다. 새누리당은 영남을, 민주당은 호남을 석권했다. 이정현, 김부겸 ‘두 사람의 아름다운 도전’은 아쉽게도 현실의 거대한 벽 앞에 좌절하고 말았다.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의 서로 다른 투표행태도 주목된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선전 또는 승리한 새누리당에겐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의 낮은 확장성이 고민이다.
선거전은 종반으로 갈수록 더욱 격화됐다. 정책 논란은 아니었다. 양당 모두 비방전과 폭로전으로 일관했다. 특히 후보의 신상문제와 관련한 양당의 공방은 공천이 너무 늦게 이루어진 것과 관련이 있다. 이번 총선 지역 선거구가 최종 확정된 것은 총선을 40여일 앞두고였다. 공천이 마무리된 것도 공식선거운동 개시 직전이었다. 촉박하게 공천이 이뤄지다 보니 사후에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다. 유권자도 후보에 대해 알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공천의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 이제 총선은 끝났다. 당장 여야 모두 지도부 교체가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은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을 치를 관리형 지도부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의 당 장악력은 이미 최고조에 올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분간 혼란의 시기에 들어설 것이다. 야권에서는 박 위원장에 맞설 대선주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반(反)새누리 비(非)민주’의 안철수 교수를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다.
이번 총선의 승부는 마음가짐에서 이미 갈렸다. 위기의식을 공유했는지, 아니면 안이함을 넘어 오만하지 않았는지에 따라 승패가 엇갈렸다. 승리가 교만을 부르고, 패배가 성찰과 반성으로 이어진다면 선거에서의 승부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8개월 후에도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8개월은 한국정치에서 아주 긴 시간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향후 행보를 주목한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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